XRD와 FT-IR 차이: 결정 구조와 분자 구조 분석

재료를 연구하거나 다루는 분야에서 꼭 한 번쯤은 듣게 되는 장비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XRD와 FT-IR이죠. 두 장비 모두 공통적으로 “빛(파장)”을 이용해서 시료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게다가 시료를 파괴하지 않고 분석할 수 있다는 점도 같죠. 그런데도 이 둘이 제공하는 정보는 완전히 다릅니다. XRD는 원자의 배열을, FT-IR은 분자의 결합을 보여준다는 차이가 핵심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두 가지 분석의 차이에 대해서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링크: XRD분석 서비스 이용해보기

XRD에서 사용하는 X-선(X-ray)은 사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빛(전자기파)’의 한 종류입니다. 전자기파는 파장에 따라 감마선,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전파 등으로 나뉘는데, X선은 그중에서도 파장이 짧고 에너지가 높은 영역에 속합니다. 특히 X선의 파장(약 0.5~2 Å)은 원자 간격(1~3 Å)과 비슷하기 때문에, 결정 구조에 부딪히면 회절 현상이 일어나고, 그 결과 특정한 패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패턴을 해석하면 원자가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 어떤 결정 구조를 가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 광원 : X선 (파장 약 0.5~2 Å)
– 원리 : X선 파장이 원자 간격과 유사 → 회절 패턴 형성
– 얻을 수 있는 결과 : 결정 구조, 상(phase), 결정립 크기 등

(참고) [포스팅] XRD의 기본 원리

※ 이미지 1 (Bragg’s Law)

반면에 FT-IR에서 쓰이는 적외선(IR) 역시 전자기파, 즉 빛의 일종입니다. 다만 X선과 달리 파장이 훨씬 길고 에너지가 낮습니다. 적외선의 파장은 분자 결합이 진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와 파장이 유사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특정 파수의 적외선이 흡수되면 분자 내부 결합이 진동 모드를 바꿉니다. 이 현상을 스펙트럼으로 기록하면 어떤 결합과 기능기가 존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 광원 : 적외선 (수백~수천 cm⁻¹)
– 원리 : 분자 진동 에너지와 적외선 파장이 일치 → 흡수 스펙트럼 발생
– 얻을 수 있는 결과 : 기능기, 분자 구조, 화학적 성분 등

두 가지 분석은 서로 다른 광원과 시료의 상호작용을 통해 특정한 패턴(스펙트럼)을 얻어낸다는 관점에서는 매우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가지 분석은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데요.

XRD는 주로 배터리 소재, 반도체, 세라믹, 합금처럼 결정성이 뚜렷한 무기 재료를 분석할 때 쓰입니다.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거나 기존 재료의 특성을 확인할 때, “이 물질의 결정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반면 FT-IR은 고분자나 유기 화합물처럼 화학적 결합과 작용기가 중요한 시료에서 강점을 발휘합니다. 재료의 표면이 개질되었는지, 특정 화학 반응이 일어났는지, 혹은 어떤 기능기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따라서 FT-IR은 “이 물질 안에 어떤 화학 결합이 들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주는 도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XRD는 원자 배열과 결정 구조를 보여주고, FT-IR은 분자 결합과 화학적 특성을 알려줍니다. 보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둘은 마치 현미경과 망원경처럼 서로 다른 차원을 들여다보는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지만, 두 기법을 함께 활용하면 재료의 구조와 성분을 동시에 이해할 수 있어 훨씬 강력한 분석이 가능합니다.